추석이 다가오면 마음이 설레면서도 약간은 바빠져요. 명절 준비를 어떻게 할까, 어떤 음식을 준비할까 고민이 많아지거든요. 올해는 시간이 좀 부족해서 명절 음식을 직접 만들기보다는 일부는 사기로 마음먹었어요. 특히 고기전에 대한 부담이 컸죠. 육전은 만들기도 손이 많이 가고, 고기 굽는 냄새가 온 집안에 퍼지는 것도 신경이 쓰였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육전을 사서 해결해보기로 했어요.
집 근처에 평소 맛있다고 소문난 반찬 가게가 있어요. 추석이 가까워지니 그곳에도 명절 음식을 팔기 시작했더라고요. 육전, 동그랑땡, 나물 등 다양한 음식을 한꺼번에 준비해놓은 걸 보니 마음이 편안해지면서도, 사서 먹는 음식이 과연 우리 집 입맛에 맞을지 살짝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래도 요즘 워낙 음식 솜씨 좋은 가게들이 많으니 믿어보기로 했어요.
육전을 집에 가져와서 먹어보니, 기대 이상이었어요. 집에서 만들 때처럼 고소하고 촉촉하더라고요. 사실 육전은 너무 기름지면 부담스럽고, 너무 얇게 부치면 고기 맛이 덜한데, 이곳 육전은 딱 적당한 두께에 기름기도 알맞아서 입안에서 살살 녹았어요. 양념도 과하지 않아서 고기 본연의 맛을 잘 느낄 수 있었고요. 집에서 부친 것처럼 전혀 인공적인 맛이 나지 않아서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먹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명절 음식이라는 게 꼭 손수 만들어야만 의미가 있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고요. 물론 직접 준비하면 그 과정에서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생기고, 추억이 쌓이는 건 맞아요. 하지만 때로는 이렇게 사서 먹는 것도 현대인들에게는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까 싶어요. 오히려 여유 있는 마음으로 명절을 즐기고, 가족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육전을 한입 가득 먹으며, 이번 추석은 조금 더 편안하고 여유롭게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애쓰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명절을 받아들이기로요.